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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생기면 진통제 한 알로 버티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고, MRI 결과지에는 뇌하수체 선종이라는 낯선 단어가 찍혀 있었습니다. 두통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 직접 겪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두통의 유형별 특징 — 내 통증이 어떤 종류인지 아는 것부터
두통이라고 다 같은 두통이 아닙니다. 의학적으로 두통은 크게 일차성 두통과 이차성 두통으로 나뉩니다. 일차성 두통이란 뇌나 다른 장기에 특별한 질환 없이 두통 자체가 병인 경우를 말하고, 이차성 두통은 뇌종양·뇌출혈·뇌막염처럼 다른 원인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두통을 뜻합니다.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두통의 대부분은 일차성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일차성 두통 중 가장 흔한 것이 긴장형 두통입니다. 스트레스나 과로가 쌓였을 때 머리 전체가 띠로 조이듯 뻐근해지는 느낌인데,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바로 그 두통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이 정도는 다 그런 거라고 넘겼습니다.
편두통은 다릅니다. 머리 한쪽에서 심장 박동처럼 욱신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4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이어지고, 계단을 오르거나 고개를 흔들면 통증이 확 심해집니다.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동반되고, 빛이나 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이 긴장형 두통과 다른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일부에서는 통증 전에 시야가 흐려지거나 지그재그 형태의 섬광이 보이는 전조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전조증상을 편두통의 조짐(aura)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뇌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적 흥분이 퍼지면서 시각·감각 이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군발두통(cluster headache)은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강렬합니다. 군발두통이란 한쪽 눈 주위나 관자놀이에 극심한 통증이 15분에서 3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반복되는 두통으로, 통증 강도를 10점 만점으로 표현할 때 거의 10에 가깝다고 묘사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편두통과의 차이가 있다면, 편두통 환자는 보통 가만히 누워 있으려 하는 반면 군발두통 환자는 통증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며 방을 서성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 긴장형두통: 머리 전체가 조이는 뻐근한 통증, 스트레스·피로와 연관
- 편두통: 한쪽 박동성 통증 4~72시간 지속, 빛·소리 과민, 전조증상(aura) 동반 가능
- 군발두통: 한쪽 눈 주위 극심한 통증, 같은 시간대(주로 새벽) 반복, 충혈·눈물·콧물 동반
진료과 선택 — 신경과, 신경외과, 어디로 가야 하나
두통으로 병원을 찾으려 하면 '신경'이 붙은 과가 둘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저도 그 막막함을 응급실에서 처음 경험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통이 반복되거나 지속된다면 신경과가 기본 선택지입니다. 신경과는 파킨슨병·치매 같은 신경계 질환은 물론, 긴장형 두통·편두통·군발두통 등 다양한 두통을 전문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곳입니다. 가벼운 두통이라면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초기 진료를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경외과는 다릅니다. 뇌종양, 뇌출혈, 뇌동맥류, 추간판탈출증처럼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신경계 질환을 담당하는 과입니다. 즉, 신경과에서 검사를 받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신경외과로 연계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처음부터 신경외과를 찾아갈 필요는 없고, 신경과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제 경우에는 응급실에서 MRI 촬영 후 뇌하수체 선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뇌하수체 선종이란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를 총괄하는 뇌하수체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종양이 호르몬을 분비하는지 여부에 따라 기능성과 비기능성으로 나뉩니다. 저는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고 세포 덩어리만 형성하는 비기능성 선종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담당 교수님이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목소리가 워낙 작아서 저도 모르게 몸이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조영제를 사용한 뇌 MRI 재촬영으로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고, 종양이 시신경을 압박할 수 있고 크기가 커서 파열 위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 바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신경과에서 영상 검사와 호르몬 검사, 시력 및 시야 검사까지 진행한 뒤 신경외과로 연계되는 구조였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응급 신호와 평소 관리 — 이건 참으면 안 됩니다
두통을 무조건 참는 것, 혹은 진통제로만 해결하려는 것, 저도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자주 복용하면 오히려 약물 과용 두통(Medication Overuse Headache)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약물 과용 두통이란 진통제를 월 10일 이상 반복 복용할 경우 뇌가 통증에 더 민감해져서 두통이 되려 만성화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진통제가 두통을 유발한다는 게 처음엔 이상하게 들리지만, 신경학적으로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두통이 응급 신호일까요. 아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예약을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특히 갑자기 시작된 극심한 두통은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의 전형적인 증상일 수 있습니다. 뇌동맥류란 뇌혈관 벽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이것이 터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 됩니다. 빠른 대응이 예후를 결정합니다.
평소 관리에서 제가 경험상 가장 도움이 됐다고 느낀 것은 두통 일지를 쓰는 습관입니다. 언제, 어느 정도 강도로, 어떤 증상과 함께 나타났는지 기록해 두면 신경과 진료 시 의사가 두통 유형을 감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스트레스가 개인마다 두통 유발 인자로 작용할 수 있으니, 자신만의 패턴을 파악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하는 두통 신호
- "생애 최악의 두통"이라 느껴질 만큼, 1분 이내에 최고조에 달하는 벼락두통(thunderclap headache)
- 두통과 함께 목 뻣뻣함, 팔다리 마비, 말 어눌함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때
- 구토와 함께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
- 이전에 없던 두통이 새로 생겼거나, 평소 두통의 양상이 뚜렷하게 달라진 경우
자주 묻는 질문
Q. 두통으로 병원 갈 때 신경과랑 신경외과 중 어디로 먼저 가야 하나요?
A. 두통이 처음이라면 신경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신경과에서 문진과 영상 검사(MRI, CT)를 통해 두통의 원인을 감별하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원인이 발견되면 신경외과로 연계해줍니다. 처음부터 신경외과를 찾아가는 경우는 사고나 외상 등 외과적 원인이 명확할 때입니다.
Q. 편두통이랑 긴장형두통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가장 큰 차이는 통증의 성격과 동반 증상입니다. 긴장형두통은 머리 전체가 조이는 뻐근함이 특징이고, 빛이나 소리에 과민해지는 증상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편두통은 한쪽이 박동성으로 욱신거리고, 빛·소리 과민, 메스꺼움이 함께 나타납니다. 움직이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편두통의 특징입니다. 확실한 감별은 신경과 진료를 통해 받는 것이 정확합니다.
Q. 뇌하수체 선종은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나요?
A. 네, 뇌하수체 선종이 커지면 주변 구조물을 압박해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종양이 시신경을 누를 경우 두통과 함께 시야 장애나 시력 저하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두통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반복되는 두통이 있다면 영상 검사가 중요합니다.
Q. 두통에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진짜 안 좋아지나요?
A. 맞습니다. 월 10일 이상 진통제를 반복 복용하면 약물 과용 두통(Medication Overuse Headache)이 생길 수 있습니다. 뇌가 통증에 점점 더 민감해지면서 두통이 만성화되는 것입니다. 진통제를 줄이는 과정 자체가 치료의 일부가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잦은 두통이라면 신경과에서 예방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낫습니다.
결론
저는 쓰러지고 나서야 두통을 진지하게 대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진통제 한 알로 버티는 게 당연했고, 어느 과를 가야 하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담당 교수님이 다시는 수술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하셨을 때 눈물이 날 만큼 감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두통이 반복된다면 우선 신경과에서 원인을 감별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수술이 필요한 원인이라면 신경외과로 연계됩니다.
단, 갑자기 시작된 극심한 두통이거나 팔다리 마비·말 어눌함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예약을 잡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때는 바로 응급실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경험에서 드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조언입니다.